[A.A.F 리뷰] 우주보다 먼 곳 - 어딘가 멀리 떠나고 싶게 하는 작품(feat. azuny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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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리뷰/TVA, OVA

[A.A.F 리뷰] 우주보다 먼 곳 - 어딘가 멀리 떠나고 싶게 하는 작품(feat. azunyaa)

by azunyaa 2021. 5. 10.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이지만

일리가 있는 리뷰입니다.

 

 

- 개인적인 의견이 강한 글이기 때문에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평가는 애니 추천글을 읽어주세요.

- 스토리 자체를 다루기 때문에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 작품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을 소주제로 나누어 설명할 예정입니다.

- 개인적인 관점에서 작품에 대해서 설명하는 글이기에 평가나 점수는 없습니다.

 

2021.05.07 1차 시작

2021.05.10 1차 끝

2022.09.04 2차 리뉴얼 시작


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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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블로그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적는 글은 애니메이션 리뷰글입니다. 가장 적기 쉽고 작품을 감상할 때마다 글을 적을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어갈 콘텐츠로써 이만한 소재가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리뷰글을 쓰지 않았었는데요. 왜냐하면 이전에 활동하던 네이버 블로그는 같은 주제의 글이 많으면 많을수록 검색창 상위에 노출되는 시스템이었고 아무리 공을 들여 적어도 블로그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티스토리로 넘어오면서 아직 구글 검색에는 애니 리뷰글이 많지 않고 가장 최신 글이 언제나 상단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서 이번에 본격적인 애니 리뷰를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리뷰는 제가 선정한 명작 애니 추천글에 올라온 작품을 할 생각이고 단순한 감상평이 아닌 왜 이 작품을 높게 평가하는지를 설명해볼 생각입니다. 글이 올라오는 주기도 글의 길이도 길어지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우주보다 먼 곳

宇宙そらよりも遠い場所
A Place Further than the Universe

장르: 청춘, 드라마, 여행
감독: 이시즈카 아츠코
시리즈 구성: 하나다 줏키
캐릭터 디자인, 총 작화감독: 요시미츠 타카히로
음향 감독: 아케타가와 진
애니메이션 제작: 매드하우스

''그곳은 우주보다도 먼 곳-.


뭔가를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좀처럼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한 채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버린 소녀 타마키 마리는
어떤 일을 계기로
남극을 목표로 하는 소녀 코부치자와 시라세와 만난다.
고등학생이 남극에 어떻게 갈 수 있겠냐고 물어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려는 시라세의 모습에 마음이 움직인 키마리는
시라세와 함께 남극을 향할 것을 맹세하는데......"

 

우주보다 먼 곳을 애니메이션 리뷰의 첫 작품으로 선정한 이유는 국내 애니메이션 리뷰어들 중에서 아무도 이 작품이 훌륭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지 못한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물론 9화에서의 발언이 문제되어 이 작품을 언급하는 사람들이 적고 본격적으로 이 작품을 다루고자 하는 사람이 없는 느낌도 있습니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에서 출판한 2018 최고의 TV 쇼 기사에 실릴 정도의 작품이 이렇게 잊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체 이 작품의 어떤 부분이 정말 많은 작품을 감상해온 글쓴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작품의 매력을 하나하나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거창한 주제가 아닌 일상적인 감정을 다루다

이야기는 그저 평범한 고등학생 키마리의 아침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우연히 고등학생이 되면 하고 싶었던 일들이 적혀있는 다이어리를 발견한 키마리는 자신이 청춘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울음을 터뜨립니다. '청춘' 이 단어가 이 작품의 주제이자 캐릭터 키마리를 대표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길고 긴 수능이 끝나고 대학을 가면 하고 싶은 계획들이 있었고 20대가 가기전에 언젠가는 해보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하지만 대학에서도 매일 학교는 가야 했고 책임져야 할 일들을 많아졌으며 이번 학기만 끝나고, 내년에는 꼭, 군대 갔다 와서라고 변명하는 사이에 그 언젠가는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해보지 못한 연애도 있는지도 의심스러운 진짜 우정도 아닌 혹독한 현실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청춘이라는 시기에 대한 공경을 다루고 있어 다른 청춘물과 비교해서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진 작품이었습니다.

 

키마리는 남극에 간다는 꿈을 향해 달려 나가는 시라세를 만나게 됩니다. 주위에서 머라고 하든 절대 포기하지 않는 시라세의 모습에 마음을 움직인 키마리는 처음으로 용기를 내서 무모한 여정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초반 3~5화 정도에서 남극에 도착하고 이후 뻔한 일상 전개가 진행되었으면 절대로 리뷰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행이도 남극을 가기 위해서 준비하는 과정은 충실했고 실제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젊음, 모험의 감정을 실제로 경험할 법한 이야기로 풀어나갑니다. 최종 목적지는 생애 한번 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곳이지만 그 여정은 극적인 상황이 아니라 정말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겪는 여정이라는 점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목표는 비현실적이지만 그 속의 상황들은 일상적인 이러한 경향은 작품 전체에 걸쳐서 나타납니다.

 

6화에서 히나타가 여권을 잃어버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서 시라세는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여 지금까지 준비해왔던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갈까봐 걱정하는 마음과 그래도 히나타와 함께 가고 싶다는 마음이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그리고 히나타가 먼저 가라고 하는 말에 자신이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비행기 표를 바꾸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신경 쓰지 말라고 하니 확실히 말하겠어!
신경 쓰지 말라고 해서 신경 안 쓰는 바보가 될 생각은 없어!
먼저 가라고 해서 먼저 가는 박정한 놈 될 생각도 없고
4명이서 간다고 했는데 손쉽게 포기하는 근성 없는 놈은 더더욱!
4명이서 가는거야! 이 4명이서
그게 최우선이니까!"

다른 사람과 함께 여행을 다녀와보신 분이라면 한 번쯤은 경험해보셨을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비슷한 일이 있었고 그때 비슷한 감정을 가졌었지만 주위의 눈치만을 신경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절대로 말로는 하지 못했던 말을 히나자와 카나의 목소리로 들었을 때 캐릭터들이 마치 나를 대변해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외에도 챙겨주던 친구가 혼자 성장해 나아가는 것에 대한 질투, 친구라는 어디까지나 타인인 관계에 대한 불안 등 우리 자신으로부터 찾을 수 있지만 자각하고 있지 못했던 그런 측면들을 상기시켜 주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캐릭터의 감정들이 화면 속 이야기를 넘어 현실의 삶에 부드럽게 스며들었습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미디어 사이에서 어느센가 우리는 작품에 감정을 이입하기 힘들어졌습니다. 리얼리티 쇼는 사람의 감정을 상품화하고 뉴스는 비극적인 일을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바꾸며 SNS는 현실에 보정 필터를 끼워버립니다. 그저 무모해 보이는 4명의 여고생의 남극을 향한 여정이 오히려 더욱 현실적으로 와닫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세련된 이야기 구성

이 작품은 스토리의 소재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구성과 연출에서도 일반적인 모에 일상물에서는 보기 힘든 특징들을 보여주는데요. 이런 특징들은 1화에 하나의 완결된 형태로 집약되어 있습니다. 

 

수미상관 구조

1화의 스토리는 자신에게 변명만하고 그저 현실에 멈춰 있는 앞부분과 시라세를 만나고 난 이후 용기를 얻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는 뒷부분으로 나누어 있습니다.

청춘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 키마를 학교를 빼먹고 몰래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하지만 이는 당당한 행동이 아니죠. 때문에 배경에는 비가 내리고 키마리 또한 이를 핑계 삼아 학교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이후 시라세를 만나고 진짜 목표를 가지고 나서는 주변을 정리하고 주말에 당당하게 집을 나섭니다. 

 

이러한 수미상관 구조는 각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구성할 때에도 여러 화에 걸쳐 사용되었습니다. 덕분에 13화라는 짧은 분량에도 이야기의 개연성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모에 일상물 클리셰 파괴

작품의 본질은 청춘물이지만 전체적인 틀은 모에 일상물의 것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인 이 작품을 처음 감상할 때는 위기,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일상 전개를 예상하고 감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이런 예상을 역으로 이용합니다. 제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하나를 예시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처음 이 작품을 감상할 때 모에 일상물로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초반 키마리가 시라세와 함께 남극을 목표하기 시작한 이후 시라세에 대한 괴롭힘이 일어나고 부모님이 남극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는 전개에 의문을 가지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남극으로 출발하기 전 메구미가 혼자 성장해가는 키마리에게 질투하여 벌인 일이라고 고백했을 때 설득력이 부족한 흐름에 의문을 품지 않았던 저 자신에게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이 작품은 기존과는 다른 작품이라고 직감하였습니다.

 

애니메이션은 다른 매체와 비교해서 스토리에 허구성이 강한 편이고 스토리의 전개를 강요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많이 감상한 사람일수록 더욱 신신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분량을 이해하고 있는 시리즈 구성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어려운 점은 분량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특히 복선이 많이 존재하는 이 작품은 13화라는 짧은 분량을 일반적인 청춘 드라마 작품과 같이 개별 에피소드로 구성할 경우 캐릭터들의 배경에 공감하기가 힘들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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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작품은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연속되는 일정 화수 안에서 전개되지 않고 남극으로 가는 여정 속에서 서로의 배경을 암시하는 반응들을 끼워 넣어 남극에 도착하여 서로의 이야기를 터놓기 전까지 시청자가 캐릭터의 고민을 예상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였습니다. 덕분에 13화라는 짧은 분량임에도 후반 스토리가 급하게 전개된다고 느껴지지 않았고 메인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섬세하고 치밀한 연출

상황을 암시하는 배경

애니메이션에서 배경 작화란 장소, 시간, 날씨와 같은 외부적인 요소를 표현하는 요소이고 배경을 강조하는 장면이 아니면 배경에 집중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때문에 저도 처음 감상할 때는 신경을 쓴 배경 외에는 스토리와 인물에 집중해서 감상하였고 작품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는 배경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리뷰를 위하여 다시 감상하였을 때 수업 시간 칠판에 적힌 내용, 광고판 등 정말 여러 곳에서 현재의 상황을 표현하는 암시들을 발견했을 때는 정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배경들이 스토리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지만 이러한 디테일들에서 제작진이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광고...)

 

 

감정을 흔드는 빛과 음악

복선들이 회수될 때 잔잔하게 깔리는 어쿠스틱 기타 선율과 빛 특히 노을을 사용한 연출을 통하여 감정을 고조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아무리 설명해도 의미가 없지요. 때문에 작품에 사용된 BGM과 몇몇 스틸컷으로 대체하겠습니다.

 

음악

Mata ne ( またね )
더보기

 

Sora Wo Miagete (宇宙を見上げて)
Haru ka Tooku (はるか遠おく)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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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성우와 애니메이터

타마키 마리 역은 리제로의 렘으로 유명한 미나세 이노리, 이제는 베테랑 오브 베테랑 히나자와 카나, 모노가타리 시리즈의 츠키히 역을 받은 이구치 유카, 내청코 유키노시타 역의 하야미 시오리까지 4인 4색의 베테랑 성우들의 시너지는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많은 작품이 머리 모양과 색만을 변경하여 캐릭터를 구분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눈의 형태와 복장의 색을 통해서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눈의 형태가 클로즈업하여 캐릭터들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 있어 상당히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연륜이 묻어나는 연기와 제작사 매드 하우스의 투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섬세한 작화가 더해져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 있습니다. 덕분에 작품 속에서 뿐만 아니라 감상한 이후에도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진짜 가치 있는 미디어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기 자신과 현실에 대해 알게 되고 자신을 변화시키는 무언가를 찾는 것은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한순간의 즐거움을 목적으로 하는 미디어들이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반성하게 만드는 작품과 만나는 것은 정말로 쉽지 않습니다.

 

좋은 이야기만 했지만 모든 부분이 완벽한 작품은 아닙니다. 남극 탐사대에 참여하기 위해서 유즈키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의도적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 점, 9화에서 패전으로 인한 불이익을 언급하는 대사 등 몇몇 아쉬운 부분은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이 작품을 제가 감상한 수많은 작품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이유는 이 작품이 어떠한 애니메이션보다도 시청자에게 가깝게 다가간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주제의식이 심오한 작품도 그저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작품도 좋지만 진짜 가치 있는 미디어는 감상하는 사람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다음번에는 조금 더 깔끔한 리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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